Q u e s t


LA에서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 영서에게

탐험을 시작한 여행자여 - 멀리 있다니 괜히 더 보고 싶네. 그래, 이젠 정말 여행하는 기분이 나겠어. 하하 여행하는 기분이라... 여행이라는 건 마음을 익숙치 않은 곳에 온전히 두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때로는 방구석에서 처음 보는 영화를 보고, 새로 나온 게임을 시도하는 것. 평소에 잘 사지 않던 향의 샴푸를 사는 것도 여행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건 완벽한 여행이 되긴 어려운 듯해. 늘 보던 것들과 해야 하는 일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마음을 온전히 다른 데 둘 수가 있을까. 만약 영화나 게임이 재미 없으면 어떡해. 아직 카르다쇼프 척도 0.75단계 쯤 밖에 못 간 지구인으로서, 가장 마음을 새로운 곳에 두기 좋은 일은 타지에 가는 거라고 생각해. 들이키는 공기의 질감, 내딛는 길의 단단함. 울리는 소리의 원근감, 나누는 대화의 온도… 먹는 음식의 달콤함 같은 것들 말이야. 내가 모르는, 영서가 두고 온 문제가 있을 지 모르겠군. 있더라도 잠시 내려놓고 스치는 모든 것에 즐거워하고 신기해하는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어. 혹시 몰라, 돌아오는 길에 기막힌 답이 불쑥 찾아올지도. 우리의 관계 역시 익숙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 어쩌면 아직 일상보다는 일종의 여행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 그렇지만 거가 가 있는 동안만큼은 내가 외로워하지는 않을까, 얼마나 연락을 해야 할까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돼. 나도 잘 지낼 거고, 보고 싶지만 서로 잘 참아 보자고. 연락을 끊어버리란 이야기는 아닌거, 잘 알지? 그렇게 최대한 그곳을 100프로 느끼고 즐겨 보는 일. 그건 진부한 선택들이 아닌 더 과감하고 잦은 시도를 가능케 할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에서 퀘스트를 주도록 하지.
LA를 배경으로 한 너의 사진을 하나 남겨 보자.
단, 정말 너 맘에 드는 모습과 풍경이어야 해.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사진 말이지. 나한테 보내줘도 되고, 혼자 간직해도 좋으니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기를. 그리고, 쓸모 없어 보이는 것도 좋으니까
소모품이 아닌 독특한 기념품을 하나 가지고 오자.
영서가 누구보다 많은 걸 느끼고 또 누구보다 즐거운 한 주가 되길 바라며~ 응일 드림

P.S.

그나저나 이렇게 글로 박제된 나는 처음 보겠네, 좀 갑갑하긴 하지만. 앞으로도 가끔 이곳저곳에 출몰하면 되니까, 여기 나름 편한 것도 있고.


퀘스트 요약 🖼️ 사진 0/1 🏆 썩지 않는 기념물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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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Undertale OST Track 71 - 'Undertale'